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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병철의 피로사회

공니우 2023. 3. 1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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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현대사회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책

 

 

출판사 서평

우울증이 지배하는 이 시대에 대한 우아하고도 날카로운 철학적 진단!

“피로사회는 자기 착취의 사회다.
피로사회에서 현대인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다.”


 

리뷰

언젠가부터 나를 둘러싼 많은 것들에 너무 많은 힘을 쏟고 있었다. 부조리한 현실들. 나는 이런 것들에 분노하고 참기가 힘든 사람이다.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동물 등 상대적으로 약한 것들이 탄압받는 현실에 분노한다. 내 울타리는 한계가 있는데 내가 많은 것들에 관심을 가질수록 더 많은 문제들에 신경을 쓰게 된다. 내가 왜 이런 문제에 분노하고 관심을 가지는지, 의문을 가졌던 적이 없다. 당연하지. 약자가 힘에 의해 좌절하고 고통받는걸 참기 힘든 게 인간의 본능이지. 나한텐 당연한 일이었다.


왜일까? 피로사회를 읽으면서 내가 왜 이렇게 많은 것들에 신경을 쓰는지에 대해 가장 근접한 답을 찾았다. 세계가 변화하면서 그 전에는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던 현실적인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인권 또는 권리. 새롭고 낯선 것들에 대해 무한 긍정하는 사회가 되었고 그런 것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구식이고 쿨하지 못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래. 나는 쿨하고 트렌디한 지성을 가진, 정의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너무 많은 타인들이 나를 지워가고 있다. 페미니스트이면서 동시에 육식을 하고 플라스틱을 마구 써대면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면서, 소가죽 재킷을 입으면서, 다른 약한 것들을 탄압하고 있는 건 아닌지.라는 생각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하면서 나는 모든 게 불편해지고 점점 나에게서 밀려났다.


나를 남에게 설명한다면 뭐라고 할 것인가? 요즘 관심있는 것은? 나는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고 요즘에는 인간에게 학대받는 동물의 문제에 심각함을 느끼고 관심을 갖고 있다. 이 말에서 남을 지우면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내가 뭘 좋아하고 무엇을 할 때 행복하고 뭘 잘하는지, 자신 있게 말하기가 어렵다는 게 스스로도 충격이었다. 나에 대해 이리도 무심했었나?

뭘 가져다 붙이더라도 자신있을 만큼은 아닐 것 같은 기분이 든다. 00을 좋아하긴 하는데 뭐 미친 정도는 아니고요.

 



또 한가지. 나를 그렇게 몰아치면서 산 대가는 타인에게도 그 잣대를 들이밀게 된다. 나는 이렇게 관심이 많은 데 저 사람은 왜 이런 문제에 관심이 없을까? 그런 것들이 내가 감히 사람을 판단하게 만든다. 이런 생각들이 나를 우울하고 피곤하게 만들었다. 나를 포함해 모든 사람들한테 깐깐하고 냉담하게 구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드랍데드디바 1화에서 천사가 죽은 사람을 그들의 잣대로 판단해서 너는 지옥. 너는 천국 하듯이.

어설플지라도 정의감은 옳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나는 옳은 것에 치우쳐 좋은 것을 되돌이켜보지 못했다. 니체는 할 수 있는 능력 만큼 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고 했다. 내 삶을 관조하고 사색하기에 나의 감정은 너무 충동적이고 즉각적이고 폭발적이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의 분절.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것. 나에게서 남을 지우고 나를 돌이켜 보는 것.

 



피로사회를 읽으면서, 엉망진창인 독후감 비슷한 걸 쓰면서, 나는 나를 피로하게 하는 것들을 내려놓는 것을 노력하기로 했다. 이런 결심을 하면서도 나의 힘듦이 정말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어떡하지? 나 같은 사람들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는 거라면? 같은 생각이 울컥 차오른다. 그래도 노력하기로 한다. 나를 돌아보고, 돌볼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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